하버드 출신의 스님이라면 최초에 현각스님이 아주 유명했습니다. 그다음 후발 주자로 하버드대 스님 타이틀을 내세우며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으로 스님 신분으로 연예인급의 인기를 누린 혜민스님이 있습니다.
현각스님은 얼마 전에 혜민스님이 자신의 고급주택을 공개하면서 논란이 되었을 때 부처님 법을 팔아먹는 기생충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현각스님의 비판이 크게 이슈가 되어서 언론에 보도가 되자 혜민스님과 현각스님은 전화통화를 해서 화해를 하더니 현각스님은 입장을 번복해서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이 되었습니다.
현각스님을 필자도 실제로 뵌 적이 있습니다. 커피숍을 대여해서 법문을 하시기도 하며, 현대적인 방법으로 포교를 하실 때 한번 참석해서 뵈었습니다. 그 당시 현각스님은 불교도들에게 꽤나 인기가 있는 연예인급 스님이었습니다. 대중들이 사진 한번 찍자고 해도 서슴지 않고 응해주는 모습이 인상이 깊었습니다.
저도 현각스님의 유명세 때문에 화계사에 여러 번 방문을 했었고 만행과 선의 나침반이라는 책도 접해서 불교와 더욱 친숙해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하버드라는 보장된 타이틀과 그 당시 결혼까지 약속했던 여자 친구까지 있는 상황에서 장래가 어느 정도 보장이 된 28세 청년이 왜 출가를 했을까?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한국이 학벌위주 사회이고 서울대라고 해도 모두 우러러보는데 세계 최고 일류 대학을 다니던 청년이 대한불교조계종에 출가를 감행했으니 말입니다.
한국불교에 대한 영향력은 아주 큰 반면에 현각스님은 외국인 신분으로서 입지가 좁았기 때문에 상실감이 컸으리라 예상됩니다. 외국인 스님은 한국불교의 데코레이션이라는 말씀을 남기셨는데요. 총무원 중심세력이 모든 종단이 주요소임을 다 차지하고 있고 외국인 스님이 공찰 주지마저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소외감을 적잖게 느꼈으리라 예상됩니다. 한국불교는 철저한 능력 주위보다는 권력, 문중주의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향력이 있는 스님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이 돼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은 부족한 면이 있습니다. 현각스님은 현재 한국을 떠나 유럽 독일에서 불이선원을 개원하고 포교를 하고 계십니다.
현각스님이 페이스북에서 한국불교에 대한 비판을 하게 된 계기는 서울대에서 교수직으로 활동을 하는 외국인들이 한국 대학의 처우와 복지 때문에 줄줄이 한국을 떠나고 다시 외국으로 간다는 글을 보고 자신도 그와 같은 심정이라면서 한국불교를 비판한 것입니다. 한국 대학의 연봉이나 복지, 대우 이런 면들 때문에 한국은 많은 해외 인재들을 수용하지 못하고 그들이 다시 해외로 되돌아가는 결정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조계종은 숭산스님이 살아 계실 때에 화계사에 있었던 외국인 행자교육원을 폐쇄시켜버렸습니다. 외국인 행자교육원이 사라지면서 언어의 장벽이 생기고 외국인들의 출가할 문이 좁아져서 한국으로 출가를 원하는 외국인들이 계속 줄고 있다는 말이지요. 한국불교는 외국인 스님들이 많이 유입되는 것을 그다지 원하지 않나 봅니다.
현각스님이 한국불교를 떠난 이슈가 더욱더 흥미로웠던 점은 국내에서 박사학위를 많이 소유하고 있는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자현스님이라는 분이 현각스님의 발언에 대해서 비판을 했기 때문입니다. 두 분의 입장을 비교해서 중립적으로 판단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현각스님의 한국불교 비판
1. 유교적 관습
2. 남녀 국적 차별
3. 형식주의
4. 기복주의
5. 스님과 신도의 차등
6. 외국인 스님은 장식품
자현스님의 현각스님 비판
1~3번은 한국의 문화일 뿐..
현각스님의 총 6 부분에 대해서 비판을 하셨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자현스님은 1~3번은 한국불교의 비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1~3번은 한국의 공무원 사회나 대기업에 가도 저런 수직구조의 문화는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현각스님이 한국불교에 대해서 비판한 것들 자세히 알아보자
1. 유교적 관습
대한민국은 조직문화에 유교적 관습이 많이 배어 있습니다. 특히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 같은 큰 조직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렵게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고도 이런 상명하복의 수직문화에 대해서 환멸을 느끼고 의원면직을 결정하는 분들도 여럿 볼 수 있습니다. 한국불교는 유교적 문화를 흡수한 신앙입니다. 그것의 대표적인 예가 절에서 기제사를 지내거나 추석, 설날에 조상님 합동차례를 절에서 모시기도 합니다.
서울대를 떠난 외국인 교수의 뉴스 기사를 필자가 읽어보았습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페이였습니다. 한국에서 입양되어서 외국의 일류대학을 나와 한국의 교수가 되고 싶었지만 막상 와보니 다른 나라의 페이의 1/3 수준밖에 안 되고 대우가 좋지 않으니 떠나는 것이었습니다. 출가자 신분으로 페이를 거론하는 것이 그렇지만 현각스님도 외국인 신분으로 페이가 적어서 떠났을까요? 외국인 스님들이 머물 수 있는 절이 필요한데 주요 절은 한국 스님들이 다 차지하고 있으니 거기서 엘리트인 외국인 현각스님은 상실감과 소외감이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종단 시스템은 주지나 주요직을 맡아야만 거기서 수익이 창출되는 시스템이라서 페이가 적어서 떠나는 서울대 외국인 교수들의 모습을 보고 현각스님은 동병상련의 마음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출세가 보장되었던 하버드 스님이 숭산스님의 제자가 되어 고국을 버리고 한국불교에 출가했기 때문에 그만큼 기대와 실망이 컸지 않을까 생각도 해봅니다.
2. 남녀 국적 차별
이것은 외국인이 타국에 살면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타국에서 능력 없이 밑바닥부터 시작하면 언어의 장벽도 있고, 인종차별도 있고 여러 가지 차별이 있지요. 심지어 같은 나라에서도 흑인이라고 인종차별을 받지 않습니까? 그만큼 외국인으로서 타국에서 입지를 다지려면 현지인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치열하게 살아야 어느 정도 인정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현각스님은 하버드 타이틀과 잘생긴 외모로 차별을 받기보다는 오히려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잘 이용해서 유명해졌습니다. 한국 대중들한테서는 인정을 받고 유명해졌지만 한국 조계종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힌 것입니다. 외국인 스님들의 발판을 마련하기는 힘든 것이었죠. 스승 숭산스님이 돌아가신 후에는 더 힘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3. 스님과 신도의 차등
숭산스님이 미국에서 처음에 포교를 시작하실 때는 미국인들에 눈높이에 맞추자 그때부터 포교가 잘 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숭산스님은 미국인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큰스님의 신분이었지만 세탁소에서 일을 하면서 미국인들에게 눈을 맞추고 소통을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절에 오면 주지스님에게 3배를 해야 하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스님에게 절을 하기 싫어서 절에 가지 않는 남자분들도 꽤나 있다고 합니다. 스님에게 꼭 3배를 하라는 예법은 성철스님께서 강조하셔서 그런 전통이 더 생겨나게 되었죠. 조선시대 때에 천하게 여겨졌던 스님의 권위를 되살리기 위해서 노력을 하신 것처럼 보입니다. 스님과 신도와의 차등은 물론 존재하고 신도에게 스님은 어려운 존재이지만 스님과 스님 사이에서도 차등은 심합니다. 은사스님과 상좌의 관계만 봐도 그런데요. 어떤 엄격한 은사스님은 상좌와 겸상을 하지 않는 은사스님도 있습니다. 그만큼 격을 두고 거리를 두는 것이지요.
4. 외국인 스님은 장식품이다?
하나의 사찰이 운영이 되려면 법문 하실 스님이 반드시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것이 법회 전에 기도 불공을 드린 부전 스님이 반드시 필요하지요. 불공뿐만 아니라 49재나, 기제사 또한 기도를 해주실 스님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지스님은 대외적 활동을 많이 합니다. 지역사회에 행사가 있으면 참석을 하시는 일이 빈번하고 국회의원을 만나거나 시장을 만나기도 하고 경찰서장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 지역의 여러 장들이 있으시겠지만 주지스님은 그 지역을 대표하는 종교계의 리더가 되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에 있어서 외국인 스님은 대외활동을 하기가 조금 부족한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언어적인 장벽도 존재하고 그 지역의 문화와 특성을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스님들의 한국인 주지스님처럼 대외적인 활동을 하는 데에 제약이 있고 발음상의 문제 때문에 기도집전을 하는 데에도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인 행자교육원이나 외국인 전문 수행사찰을 마련해주어서 그분들이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이 보장되어야 외국인 출가자들이 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승려들도 처우나 복지, 여건, 페이 같은 조건을 따질 수밖에 없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지만 이런 것들도 충족시켜주어야 외국인 출가자들이 마음 놓고 수행을 할 수 있으니깐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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