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정도로 유명했던 성철스님은 한국 선불교의 상징적인 존재였습니다. 성철스님은 1912년 4월 6일 일제 강점기에 태어나셔서 1993년 11월 4일에 입적하셨습니다. 성철스님은 1912년 경상남도 산청군에서 태어나서 무려 10살부터 유교 경전을 읽고 독파를 하였다고 합니다. 1930년도 진주 중학교 시절 동서양의 문학, 사학, 철학 저서들을 탐독하기 시작했습니다. 신심명, 증도가를 읽고 느낀 바가 있어 1934년 스물세 살의 나이로 출가를 하게 됩니다. 그 당시 성철스님의 집안은 지역에서 알아주는 지주였으며 유학자 집안의 맏아들로 아내가 있는 상황에서 출가를 하신 것입니다.
성철스님은 세속에는 잘 나타나지 않고 수행에만 집중하는 선승이었습니다. 특히 성철스님은 8년간의 장좌불와로 유명했습니다. 장좌불와는 누워서 자지 않는 극한의 수행을 말하는데요. 장좌불와를 혜국 스님이 성철스님에게 "스님은 졸지 않느냐?"라고 질문을 하였는데... 성철스님은 "내가 목석인 줄 아나?"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성철스님은 한국불교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성철스님을 친견하기 위해서는 누구든지 3천배를 해야만 만날 수 있었는데 박정희 대통령이 와도 만나지 않았으며 당시 큰 손 장영자라고 불리던 사람이 와도 만나지 않았던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리고 성철스님이 불자는 스님에게 반드시 3배를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여 조선시대 때 추락했던 스님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하셨습니다. 세속과 멀리 담을 쌓고 용맹정진하기 위해서 자신의 처소에 철조망을 치고 수행했던 일화도 유명합니다. 이것은 세계 불교계에서도 인정을 받았습니다.
한국불교는 간화선의 영향을 받아서 많은 선승들이 계셨는데요. 경허선사, 전강선사, 만공선사 그 외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여러 선사들이 있었습니다. 간화선에는 1700 공안이 있는데 공안은 선을 처음 시작하는 초심자에게 스승이 깨침을 얻도록 인도하기 위해서 제시한 문제라고 보면 됩니다. 이것은 간결하고 역설적이며 어째서 그렇게 말했을까? 이렇게 의심이 생기도록 하여 삼매에 들게 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임종게도 하나의 공안으로 봐야
1700 공안 중에서 무자 화두를 살펴본다면 만물에 불성이 있는데 개에게도 불성이 있는지 제자가 궁금하여 조주 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스님, 개에게도 불성이 있습니까?" 불교의 가르침은 당연히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배웠기에 스승에게 "그렇다"라는 대답을 기대했지만 조주선사는 "없다(無)"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무'자 화두가 된 것입니다.
'아니, 만물에 불성이 깃들어 있다고 했는데 어째서 무라고 했는고? 어째서 무라고 했는고?'
이렇게 계속 의심으로서 삼매에 드는 것이 간화선 수행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선사의 말씀들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공안이요. 법문이기 때문에 말을 말로 해석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데 범부들이 제일 쉽게 저지르는 과오가 선사의 말을 단지 말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성철스님은 살아생전에도 이런 말씀을 자주 하셨습니다.
내 말에 속지 말라
'내 말에 속지 말라'라고 그렇게 강조를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성철스님의 임종게의 말에 많이 속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간화선 1700 공안이라는 게 역설적인 의미가 많고 선사들의 말은 말로 해석하면 절대로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님의 말은 속뜻이 무엇인지 살펴야 한다
심지어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스님들은 속마음을 그대로 표현하는 법이 잘 없습니다. 말을 말로 해석하면 큰일이 나지요.
스님이 중이 돼가지고 무슨 생일 선물이냐? 내 생일은 안 챙겨도 된다.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해도 그 말을 말 그대로 진심으로 받아들이시면 안 된다는 겁니다. 스님이 되어 가지고 생일 축하받으려니 좀 쑥스럽다 정도로 이해를 하셔야지 정말로 은사스님이 생일이 되었는데도 생일 선물도 없고 생일 축하 말 한마디도 없다면 많이 섭섭해하실 겁니다. 저도 스님의 말을 말로 해석했다가 생일을 안 챙겨서 주지스님 방에 호출되어 불려 가서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원수를 위해 기도하라 역설법 자주 사용
성철스님은 원수를 위해서 기도하라고 가르쳤던 분이었습니다. 뭐든지 가장 낮은 자리에서 반대로 행하면 그게 오히려 큰 복이 되어 돌아온다는 가르침이지요. 원수를 위해서 기도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나요? 하지만 그런 마음으로 기도를 해야만 자신 안에 있는 원한, 증오, 분노 같은 마음이 녹아내리고 업장이 녹기 때문에 그렇게 해야만 기도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신을 위한 기도도 필요하겠지만 그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기도이고 더욱더 높은 단계의 영적 성장을 위해서는 남을 위한 기도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어떤 관계에서 사이가 좋지 않을 때도 그 사람을 바꾸려고 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을 바꾸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그 사람을 이렇게 바꿔주세요. 할 것이 아니라.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마음으로 기도하면 상대방도 변화가 되는 것입니다.
성철스님의 나는 지옥으로 간다. 임종게만큼 비판을 받았던 법어가 1987년 부처님 오신 날에 '사탄이여 어서 오십시오.'라는 법어였는데요. 이 법어의 사탄을 당시 사람들은 전두환으로 해석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당시 김용옥 철학자의 거센 비판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이 불교공부를 해보면 아시겠지만 선사들의 법어는 모두가 다 공안이고 법문이기 때문에 범부가 그냥 해석하면 크게 잘못 해석될 우려가 큽니다.
저는 불교가 좋아서 출가해서 스님도 되어 보았지만 처음에는 교회로 종교에 입문을 한 케이스입니다. 교회에서 교리 공부를 하고 성경공부까지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교리 공부할 때 저에게 교리를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 성철스님을 인용하셨습니다. 저 봐라 저렇게 오래 수행한 큰 스님도 죽을 때는 지옥에 간다고 하지 않느냐? 결국에는 하나님 찾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예수교의 불신지옥과 불교의 지옥은 다른 곳
제가 교리에 대해서 잠시 설명을 드리자면 기독교(예수교) 천국과 지옥이 있습니다. 여기서 지옥은 불신지옥이지요.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구원을 받아야만 하는데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결국 누구든지 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이 개신교의 교리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믿지 않으면 불신지옥에 떨어지는 것이지요.
불교에도 지옥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글 번역은 예수교의 지옥과 같은 단어로 번역을 하지만 다른 지옥입니다. 이 지옥은 불신지옥이 아닙니다. 예수를 믿지 않아서 떨어지는 지옥이 아닌 것입니다. 삼악도라고 하는데요. 지옥, 아귀, 축생이 삼악도입니다.
그러니까 불자들이 악한 일을 행하면 지옥, 아귀, 축생의 삼악도에 떨어지게 되는데 여기서 지옥은 예수를 믿지 않아서 떨어지는 지옥이 아니라 자신의 행위에 따라 악한 일을 해서 과보를 받게 되어 떨어지는 지옥입니다.
그러니까 성철스님이 말씀하시는 지옥 단어는 예수교에서 말하는 그 지옥 단어 하고는 다른 겁니다. 같은 지옥이 아니에요. 여러분들 지장경을 읽어보시면 지옥에 대한 묘사가 잘 되어 있습니다. 그 지옥이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이지 예수교에서 말한 지옥이 아닙니다. 잘 이해를 하셔야 돼요.
불자들은 예수를 믿지 않아서 가게 되는 불신지옥에 가지 않고 삼악도(지옥, 아귀, 축생) 중에 그 지옥에 가는 거라 이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기초적인 근본 교리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 성철스님의 임종게를 듣고 예수교인들은 자신들이 생각하는 그 불신지옥에 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불교에 대한 이해와 선불교에 대한 이해 없이 고승의 임종게를 해석한다는 것이 어이가 없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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